병원 경영
병원 직원 이직, 연봉 인상으로 못 막는 이유
병원 직원 이직이 반복되는 이유는 급여가 아니라 업무 분장과 인수인계가 사람에게만 남아 있는 구조 때문입니다. 퇴사 전 몇 달 동안 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순서대로 짚습니다.

병원 직원 이직은 급여가 낮아서가 아니라 업무 분장과 인수인계가 사람에게만 남아 있어서 반복됩니다. 퇴사 의사를 밝힌 직원을 연봉 인상으로 붙잡으면 원인은 그대로 남아 다음 이직이 더 빨리 옵니다. 연봉 인상은 대개 가장 늦게 써야 할 카드입니다.
퇴사 의사를 밝힌 직원, 연봉부터 올려야 하는가
원장님들이 가장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가 이것이다. 그만두겠다고 말한 직원을 연봉 인상으로 붙잡아야 하느냐는 질문. 답부터 말하면 대부분의 병원에서 연봉 인상은 가장 늦게 꺼내야 할 카드다.
이유는 단순하다. 퇴사를 결심하게 만든 원인이 급여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급여를 올려서 붙잡으면 그 순간의 불만은 가라앉지만 원인은 병원 안에 그대로 남는다.
원장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이미 다른 병원 대비 급여도 나쁘지 않고 복지도 챙겨줬는데 왜 그만둔다는 말이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직원이 실제로 힘들어하는 지점은 급여표가 아니라 매일의 업무 범위와 그 범위를 아무도 나눠 갖지 않는다는 사실인 경우가 많다.
병원 직원 이직은 급여 수준이 아니라 업무 분장과 인수인계가 사람에게만 남아 있는 구조에서 먼저 생긴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급여만 올리면 같은 문제가 같은 사람에게 다시 찾아오거나 다음 사람에게 그대로 넘어간다.
그래서 급여 인상을 아예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순서가 문제다. 구조를 먼저 보고 그다음에 급여를 조정하는 것과 급여부터 올리고 구조는 나중에 보는 것은 결과가 다르다.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일
직원이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말로 나오기까지 몇 달의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병원 안에서는 정해진 순서로 일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업무 범위가 조용히 넓어지는 시점이 온다. 원래 맡던 일에 다른 사람이 미루거나 놓친 일이 얹히는데 이 범위가 언제 넓어졌는지 아무도 기록하지 않는다. 담당자 본인조차 정확히 언제부터 그 일까지 하게 됐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다음은 넓어진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는 시도가 실패하는 시점이다. 넘기려 해도 받을 사람이 그 일의 처리 순서를 모르고 물어볼 문서도 없다. 결국 본인이 계속 떠안는 쪽으로 정리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피로가 쌓인다.
세 번째 단계는 그 피로를 참을지 말지 스스로 저울질하는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병원 밖으로 이력서를 넣어보는 경우도 있고 동료에게 먼저 속내를 털어놓는 경우도 있다. 원장님은 보통 이 단계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업무 범위가 넓어지는 시점과 인수인계가 막히는 시점을 지나야 비로소 퇴사 의사가 말로 나온다. 원장님이 그 말을 듣는 순간은 이 과정의 끝이지 시작이 아니다.
업무 분장이 사람에게만 남아 있다는 것
여기서 말하는 업무 분장은 조직도에 적힌 담당자 이름이 아니다. 실제로 그 일을 어떤 순서로 처리하는지 그 사람이 자리를 비웠을 때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있는지를 말한다.
'직원이 바뀌면 성과가 같이 떨어지는 이유'라는 글에서 이 부분을 다룬 적이 있다. 사람이 나가면서 성과가 같이 나가는 병원은 그 사람이 유독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 일의 처리 방식이 그 사람 머릿속에만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Amber & Forge Insight, '직원이 바뀌면 성과가 같이 떨어지는 이유'. 이 글에서 정리했듯 문제는 사람의 실력이 아니라 그 실력이 문서로 옮겨진 적이 없다는 점에 있다.
이직을 앞둔 직원의 업무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다. 오래 일한 사람일수록 예외 상황을 처리하는 감각이 몸에 붙어 있고 그 감각은 대개 문서로 옮겨진 적이 없다.
업무 분장이 사람에게만 남아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사라지면 그 일의 처리 방식도 함께 사라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퇴사 통보를 받은 다음에 인수인계를 시작하면 이미 늦다.
연봉 인상이 다음 이직을 앞당기는 이유
급여를 올려 붙잡았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순서대로 보면 답이 나온다. 먼저 그 직원의 불만은 잠시 가라앉는다. 그런데 업무 범위와 인수인계 문제는 그대로다.
몇 달 지나면 같은 이유로 다시 힘들어진다. 이번에는 급여가 이미 오른 상태이므로 병원에서 더 내밀 카드가 줄어든 채로 같은 문제를 다시 마주한다.
연봉 인상으로 퇴사를 막은 경험은 병원 안에 그만두겠다고 말하면 조건이 바뀐다는 학습을 남긴다. 이 학습은 그 직원 한 명에서 끝나지 않고 주변 동료에게도 전달된다.
결과적으로 다음 이직은 더 빨리 온다.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협상 카드로 바뀌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카드는 한 번 쓰이고 나면 다른 직원도 같은 방식을 학습한다.
원장님 입장에서는 매번 급여를 올려주는데도 이직률이 줄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 흐름을 한 번이라도 겪은 병원이라면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당장 분장 체계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병원
여기까지 읽고 모든 병원이 업무 분장을 문서로 만들어야 한다고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직원이 두세 명이고 원장님이 거의 모든 업무를 직접 챙기는 병원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런 규모에서는 원장님 자신이 이미 모든 업무 흐름을 알고 있다. 분장 체계를 문서로 만드는 일은 오히려 없는 일을 만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병원은 지금은 하지 않으셔도 된다.
문제는 병원 규모가 커지고 원장님이 매 업무를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시점부터 시작된다. 그 시점을 넘긴 병원에서 업무가 여전히 사람에게만 남아 있다면 그때부터는 다른 이야기다.
원장님이 먼저 봐야 할 것
조직도는 자리가 아니라 흐름이다. 이름과 직급이 적힌 표를 다시 그리는 일보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없을 때 그 일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원장님이 하루 자리를 비웠을 때 병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다룬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하루 동안 무슨 일이 막히고 무슨 일이 그대로 흘러가는지를 보면 병원의 진짜 구조가 드러난다.
인사이트 코너에서 병원을 구조로 다시 세우는 일에 관해 계속 적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급여표를 고치는 일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바꾸어야 할 것은 대개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지금 퇴사를 고민하는 직원이 있다면 그 사람의 업무가 어디까지 문서로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한다.
흔한 함정
- 퇴사 통보 직후 서둘러 급여부터 올리는 경우 — 놀란 마음에 급여 인상을 먼저 제시하면 그 순간은 넘어가지만 병원 전체에 퇴사 의사가 협상 카드라는 학습을 남긴다. 다른 직원도 같은 방식을 시도하게 된다.
- 직원 두세 명 병원에서 분장 문서부터 만들려는 경우 — 원장님이 모든 업무를 직접 파악하고 있는 규모에서는 문서 작업이 오히려 없는 일을 만드는 부담이 된다. 이런 병원은 지금 하지 않아도 된다.
- 이직 이유를 급여로만 물어보고 끝내는 경우 — 퇴사 면담에서 급여 불만만 확인하고 마무리하면 실제 원인인 업무 범위와 인수인계 문제는 다음 사람에게 그대로 넘어간다.
자주 묻는 질문
그만두겠다는 직원을 연봉 인상으로 붙잡아도 되나요?
급한 불을 끄는 용도로는 가능하지만 원인을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다. 업무 범위와 인수인계가 사람에게만 남아 있는 구조를 그대로 두면 같은 문제가 다시 찾아온다. 연봉 인상은 구조를 손본 다음에 쓰는 카드로 남겨두는 편이 낫다.
업무 분장을 문서로 만드는 게 이직과 무슨 관련이 있나요?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을 때 다른 사람이 그 일을 이어받을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어받을 수 없는 구조에서는 업무가 한 사람에게 계속 쌓이고 그 부담이 퇴사로 이어진다. 문서화는 그 부담을 나누는 첫 단계다.
직원이 두세 명인 병원도 분장 체계를 갖춰야 하나요?
원장님이 모든 업무를 직접 챙기고 있는 규모라면 지금 당장은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문서 작업이 부담만 늘릴 수 있다. 병원 규모가 커져서 원장님이 매 업무를 직접 볼 수 없는 시점부터 다시 고려하면 된다.
연봉을 올리지 말아야 할 시점이 따로 있나요?
퇴사 의사를 들은 직후 급하게 올리는 시점이 가장 좋지 않다. 그 시점에 올리면 병원 전체에 퇴사 의사 표명이 협상 수단이라는 신호를 남긴다. 구조를 먼저 점검한 다음에 조정하는 순서가 맞다.
